나스닥 시장이 힘을 못 쓰고 있다. 20일 기술주 하락으로 나스닥은 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낙폭이 큰 것은 아니었다. 지난주 나스닥 종가는 2,037.93.주간 단위론 0.76% 떨어졌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이번주 2,000 선이 시험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우는 10,619.03으로 한 주 동안 0.08% 하락했다. 20일 발표된 소비자물가가 주가 하락을 재촉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5%는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계절적 변동이 큰 에너지나 식음료 등을 뺀 핵심물가지수는 0.2%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휼렛팩커드가 향후 경기를 신중하게 전망,이미 이익을 챙긴 투자자들은 큰 미련 없이 주식을 팔았다. 대표적 기술주인 시스코시스템스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도 약세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존 핸콕 펀드의 선임 트레이더인 제프 스웬센은 "시장 가치가 기본적인 가치를 웃돌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스미스바니의 주식 전략가인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그는 "경제지표나 기업수익,정치 상황 등 어떤 변수에 자그마한 이상이 생겨도 시장은 곧바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기술주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비업종이나 보험,건강관리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힌스데일 어소시에츠의 투자 담당인 폴 놀테는 "만일 나스닥지수 2,000선이 깨진다면 기술주 매도 바람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 경제의 최대 난제인 고용부진이 곧 개선될 것이라는 예의 낙관론을 다시 언급,시장에 훈풍을 불어넣는 듯했지만 매도 바람은 계속됐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낙관적이었다. 미국 기업들의 공장 이전과 외부조달로 고용 창출이 안되고 있는 문제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린스펀 의장도 "이 문제는 지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공장 이전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과 자유무역의 혜택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 간의 인식 차이를 하루 빨리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낙관론을 되풀이했다. 이번주에는 24일 발표되는 2월 소비자신뢰지수와 26일로 예정된 1월 내구재 수주가 주목을 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