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공권력이 유괴 혐의자를 고문하거나 고문을 위협하는 일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지를 놓고 독일 사회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검찰은 지난 20일 프랑크푸르트시 경찰국의 볼프강 다슈너 전(前)차장을 불법행위 강요와 권한 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다슈너 차장은 지난 2002년 10월 한 유명 금융재벌의 11세 아들 유괴사건과 관련해 심문받던 피의자 마그누스 게프겐에게 "고문 기술자들로부터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토록 수사관들에게 지시했다. 당시 수사관들이 실제 이같은 위협을 하자 게프겐은 범행을 자백했으며, 이에 따라 경찰은 유괴된 소년의 시체와 유류품을 찾아냈다. 게프겐은 어린이 유과 살해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작년 초 게프겐 기소 과정에서 경찰이 일부 완력을 행사하고 고문을 위협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데서 시작됐다. 인권 및 법률단체들의 강력한 비판이 일자검찰은 지난 1년 동안 이를 수사하며 법률 적용을 검토한 끝에 결국 기소했다. 검찰은 다만 다슈너 차장이 유괴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려는 의도에서 한 행동이기 때문에 `협박에 의한 자백 강요 죄'가 아니라 이 보다는 죄질이 가벼운 `협박교사 혐의'와 권력남용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슈너 차장과 프랑크푸르트 경찰국은 실종 나흘이 지나도록 생사여부와 행방을 모르던 상황에서 유력한 용의자에게 취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또 롤란트 코흐 헤센주의주지사 등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람의 목숨이 달린 다급한 극한상황에서 마지막 수단으로 그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정당화 될 수 있다"며다슈너 차장에 대한 동정론을 폈다. 그러나 독일 언론 대부분은 고문금지는 나치스의 만행을 겪은 독일의 헌법과 법률 정신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면서 검찰의 기소를 지지했다. 집권 사회민주당등의 정치인들도 "다슈너 차장이 맹백히 법을 위반했으며, 유사한 공직에서 다시는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협회와 인권단체들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극한상황이나 예외적인 경우라는 것은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안보나 생명 보호를 명문으로 내걸고 악용할 수 있다"고 공권력의 남용과 불법에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 노조 역시 검찰의 조치를 환영해 주목을 끌고 있다. 볼프강 슈펙 경찰노조 위원장은 "고문이나 고문 위협은 절대적으로 금기시돼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경찰이 때때로 부닥치게 되는 극한상황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