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세계적인 윤활유 전문업체인 캐스트롤은 1990년대말 금속절삭용 냉각제 판매를 위한 획기적인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수백가지가 넘는 냉각제의 성능과 테스트 과정을 한번에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적용해보니 고객사의 공정 실패율이 50%에서 10%로 줄었다. 캐스트롤의 영업절차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소화됐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영업사원들은 단순 작업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고객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문가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예상과 달리 고객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문제는 회사 내부에 있었다. 새 시스템의 장점을 홍보해야 할 영업사업들이 오히려 시스템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영자들이 시스템 도입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절차(fair process)'를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을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린 경영자들의 의도를 의심했다. 사전에 충분히 설명도 않은데다 앞으로 무슨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말이 없자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의 일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지레 짐작하고 불안에 떨었다. 혜택을 입게 될 영업사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시스템도입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