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한국도 FTA를 통한 지역 경제블록 형성이라는 신(新)통상 열차로 갈아타게 됐다. 최근 세계 각국이 체결에 주력하고 있는 FTA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 등 무역 자유화는 물론 투자 자유화의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어 기존의 투자보장협정(BIT:Bilateral Investment Treaty)과 혼동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ㆍ칠레 FTA의 주요 내용에도 칠레 내국인과의 동일한 투자혜택, 칠레 현지 원자재 및 부품 사용 의무화 제도 폐지 같은 투자 자유화 항목이 포함돼 있다. BIT는 두 나라가 서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투자 활동에서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는 협정을 말한다. BIT가 체결돼 있지 않은 국가의 정부가 갑자기 외국인 투자 자산을 몰수하거나 본국으로의 송금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 외국인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BIT는 투자 자유화는 물론 이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막아주는 일종의 '투자 안전판'인 셈이다. 다만 국방 농업 등 자국의 특정 산업 분야를 보호할 필요가 있으면 부속서에 따로 규정을 둬 투자 자유화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양 국가에 있어 무역 자유화 정도와 투자 확대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FTA와 BIT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FTA 체결로 안정적인 수출시장을 확보하고 당장 FTA 체결이 어려운 미국 등 주요 교역국과는 BIT 추진을 통해 외국인투자 유입을 확대하는 대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은 74개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 98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협정 체결 원칙을 밝힌 한ㆍ미 투자 협정은 스크린쿼터 문제 등의 이견으로 6년째 답보 상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