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프라이빗 뱅킹)' 시장을 사수하라.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를 앞두고 고객 자산규모 2백90조원으로 추정(삼성경제연구소)되는 국내 PB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씨티와의 싸움에서 PB시장을 최대 격전지로 예상, 미리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 시중은행들은 특히 한미은행이 지난 92년 국내에 PB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선발주자라는 점과 씨티그룹이 PB분야의 세계적 강자라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3일 서울 목동에 PB 전용점인 '골드앤와이즈' 11호점을 신설한다. 올들어 벌써 5개째다. 국민은행은 올해 말까지 시장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PB사업부를 최근 PB에셋 매니지먼트그룹으로 독립시켰다. PB 전용점도 연내 25개가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강남에만 있는 PB전용점 '투 체어스'를 조만간 강북에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 PB기능을 갖춘 영업점도 현재의 43개에서 70개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PB전용센터인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센터'를 현재의 3개에서 10개로, PB기능 점포를 61개에서 85개로 늘리기로 했다. 신한 조흥 제일은행 등도 올해 안에 PB전용점을 2∼3개씩 신설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이와 함께 씨티 출신의 PB 전문가를 앞다퉈 영입하는 한편 자체인력 교육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씨티은행 출신의 프라이빗 뱅커 10명을 스카우트했다. 이 중 일부는 부행장급 임원보다도 많은 수억원의 연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에는 구안숙 PB사업단장을 포함해 씨티은행 출신 4명이 포진해 있고 조흥은행도 김영진 PB사업부장을 포함, 총 6명이 씨티은행 PB 출신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 PB영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하나은행도 PB전문가 양성교육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전체 1백20개 PB 기능점포중 우수등급 점포 20곳의 PB인력 50명을 60명으로 증원할 예정이다. 외환은행도 현재 1백2명의 PB인력을 올해 안에 1백2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 입장에서 PB영업은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성도 매우 높은 시장"이라면서 "국내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고객 빼앗기'보다 '신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