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 및 HSBC와 함께 한미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스탠차트)은행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스탠차트의 경영권을 노린 외부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아온 최대주주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스탠차트의 최대주주겸 싱가포르 최대 갑부인 탄 스리 쿠 텍 푸아트(89)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그의 사망으로 스탠차트가 다시 경쟁업체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타깃이 되는 등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의 14명 자녀들은 스탠차트에 애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쿠의 사망과 함께 스탠차트의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쿠는 지난 1986년 스탠차트에 대한 영국 로이드은행의 적대적 M&A 시도에 맞서 다른 2명의 투자가와 공동으로 스탠차트 지분 37%를 인수,경영권을 방어했다. 현재 13.5%(약 9억달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그는 그후 경쟁업체들의 스탠차트 인수 시도를 여러 차례 막아 왔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재벌로 여러 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쿠의 재산은 26억달러로 미국 포브스지 선정 세계 1백37번째 부호이다.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지역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스탠차트는 이들 지역에서 영업력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유럽은행들에 항상 M&A대상 1호였다.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즈 JP모건 등이 스탠차트에 눈독을 들여온 경쟁 은행들이다. 스탠차트는 영국의 최우량 은행 중 하나로 작년 하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