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찾은 충남 당진군의 한보철강. 평소 같으면 고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야 할 1만㎡ 규모의 야적장이 며칠 전부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철분리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던 인부들의 모습도 자취를 감춘 채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대철 생산지원본부장은 "하루 고철입고량이 평균 30%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상공급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고철 파동'이 계속되면 철강업체는 제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2,3차 수요산업에까지 미쳐 결국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원자재인 고철을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중국의 건설특수와 세계경기 회복 등에 따른 철강 수요 증가로 고철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철강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철강업계의 감산여파는 일선 건설현장으로 곧바로 이어져 철근난이 가중돼 관련업계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말 t당 33만원 정도였던 철근가격이 두배 가까이 오른 60만원대까지 폭등한데다 구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당진의 환영철강은 최근 국내외로부터 고철 반입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16일부터 철강 생산량을 하루 2천4백t에서 2천t으로 줄였다. 철강업계는 수입 고철값이 급등하면서 국내 고철값도 덩달아 상승하자 일부 고철 수집상들이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웃돈을 주고도 고철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초 t당 1백53달러였던 수입 고철값도 현재 3백39달러로 두배 이상 치솟았고 3백5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환영철강 관계자는 "고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고철수급난이 계속될 경우 철강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철난은 본격적인 건설시즌을 맞은 건설현장에 바로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건설현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철근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라며 "철강업계가 지난해 연간 단가계약을 수차례 거부한데 이어 올들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중에서 철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관수급 철근 공급이 중단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공사 일정에 쫓기는 일부 시공사들은 어쩔 수 없이 민간 조달로 대체하고 있지만 발주처의 자재비 인상분 반영 여부가 불투명해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자금 여력이 없어 철근을 확보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의 경우 동절기 공사중지 명령이 해제되는 다음달에도 철근난으로 공사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당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