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의 하나로 꼽히는 존 포드 감독의 "수색자",마틴 스코세지 감독을 명장의 반열에 올려 놓은 "택시 드라이버",70년대 독일 영화의 부흥을 알리는 기여한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텍사스"는 잃어버린 여성을 찾아나선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걸작들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스릴러 '실종'도 이들 세 영화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서부극이다. '수색자'의 주인공 존 웨인과 '택시 드라이버'의 로버트 드니로,'파리,텍사스'의 해리 딘 스탠턴처럼 '실종'의 주연 토미 리 존스도 납치된 여성을 찾아나선 고독한 인간이다. 그러나 세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토미 리 존스의 역할에만 기대지 않고 '반지의 제왕'에 출연한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구출작전 파트너로 동참시켰다. 1885년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에서 두 딸과 함께 살아가는 의사 매기(케이트 블란쳇)는 딸 릴리가 인신매매단에 납치되자 20여년 만에 찾아온 그의 아버지 새뮤얼(토미 리 존스)과 함께 구출작전에 나선다. 가정을 버렸던 새뮤얼과 매기 부녀간의 깊은 갈등이 릴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해소됨으로써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로 드러난다. 화해와 용서는 백인과 인디언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 인신매매단의 수괴는 인디언이지만 그의 부하들은 백인이며 거래선도 백인이다. 반면 새뮤얼은 자연친화적인 인디언문화에 매료돼 가족을 버렸다. 결국 '실종'은 서부개척시대에 백인과 인디언이 혈투를 벌이면서 어느새 한 몸이 되고 양측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변질된 상황을 주시한다. 하워드 감독의 전작 '파 앤드 어웨이'(92년)는 1893년 유럽 이민자들이 땅을 차지하기 위해 서부로 몰려왔던 '랜드러시'직전의 미국사를 그리고 있다. 우주개척역사를 다룬 전작 '아폴로 13'과 함께 '실종'은 하워드 감독의 미국 개척역사 3부작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상업성으로 인해 상식을 뒤엎는 장면이 나온다. 부녀는 10살 전후의 막내딸을 데리고 추격전에 나서는데 사실 그 여아는 추격전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여성들의 강인함을 부각시키려는 의욕과잉이 작품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 27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