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후 50년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작동해 온 건설산업이 21세기 국가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사양화냐 재도약이냐'의 중대 기로에 놓였다.


건설산업은 사회기반시설과 국민의 생활공간을 생산하는 국가 중추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은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나들 정도로 중요한 몫을 해내고 있다.


취업유발계수도 일반제조업보다 훨씬 높다.


모든 업종 가운데 일자리 창출 효과가 최고라는 얘기다.



하지만 건설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고속성장 과정에서 생겨난 일부 기업의 부실 비리 등 잘못된 관행만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같은 인식이 심화되면서 건설산업이 갖는 국가경제적 가치조차 부정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건설산업을 '21세기 핵심 전략산업'으로 설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건설산업의 입지 약화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를 고비로 건설경기가 급격한 침체국면에 빠지면서 그동안 누적됐던 후진적 수주 관행, 외형 위주 성장, 기술개발 부진, 반(反)시장적 정책 등 많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다 최근엔 정치권 불법 대선자금 제공, 아파트 분양가 부풀리기 의혹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산업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처지로까지 내몰리게 됐다.


그러나 건설산업은 이같은 몇몇 부정적 이유만으로 방치해도 될 그런 산업은 결코 아니다.


그러기엔 건설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다.


작년 말 현재 국내 건설업체 수는 총 5만1백16개.


건설업 종사자도 1백87만6천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의 8.4%에 해당한다.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최고치인 23.5%를 기록한 뒤 14∼15%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건설산업이 경기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산업보다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산업은 제대로 된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책 배려에서 뒷전으로 밀리며 몇해 전부터는 해외시장에서마저 경쟁력이 추락하는 추세다.


97년 1백40억달러에 달했던 해외 수주물량이 작년엔 36억달러로 떨어졌다.


해외시장 점유율도 98년 4%에서 2000년 이후에는 2∼3%선으로 낮아졌다.


김수삼 대한토목학회장(한양대 부총장)은 "국가 인프라 개발과 국가 노동인력 흡수 비중 등이 높은 중추산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경쟁력을 되찾도록 국가와 국민이 애정을 가지고 건설산업 재육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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