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건교부의 '갈지자' 행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자동차 번호판 디자인 개편을 놓고 전문가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엇비슷한 대안들을 내놓아 '별 차이 없으니 아무거나 골라 잡아라'는 식이라는 여론의 핀잔을 들었던 건교부가 이번엔 대중교통전용지구 정책을 놓고 또다시 헷갈리는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 19일 대중교통의 활성화와 만성체증으로 인한 도시교통경제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대도시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주변 등 교통혼잡지역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해 자가용승용차 통행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중교통육성법안'을 20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내용(본지 20일자 39면)이 보도되자 백화점 등 관련업계는 "건교부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업계의 말만 듣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에 찔끔한 건교부는 슬그머니 홈페이지의 정책 자료를 삭제하는 한편 백화점협회에는 입법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다.
건교부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에게 "서울이든 지방이든 대형 유통매장 주변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 대한 건교부의 이같은 해명내용이 보도되자(23일자 본지 38면) 건교부는 이번엔 "그렇게 설명한 적이 없다"며 또 다시 뒤집기를 시도했다.
건교부는 "도심 백화점 주변이라고 해서 획일적으로 무조건 자가용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주변의 교통사정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자체별로 공청회 등 주민여론을 수렴해서 지정하게 될 것라고 설명한 것이 업계에서 기존 대형유통업체 주변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해석했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같은 정책을 놓고 건교부 출입기자들에 대한 설명이 다르고 업계에 대한 해명이 다르니 헷갈리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김후진 사회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