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길 한솔그룹 회장(49)이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제지공업연합회 정기총회에서 28대 회장에 취임했다. 2002년 국내 최대 제지업체인 한솔제지 회장을 맡으면서 경영에 뛰어든 조 회장은 그동안 회사 경영에만 전념했을 뿐 대외활동은 자제해 왔다. 조 회장은 현재 제지업계가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며 젊은 경영인들이 업계 발전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리딩업체의 대표로서 제지산업의 발전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제지업체 대표와 제지업계 원로들로부터 회장을 맡으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습니다." 제지산업은 생산액으로 세계 9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해외 주요 수출국들이 잇따라 반덤핑 규제를 하는 바람에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진단이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연합회의 중요 안건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제지업계의 최대 수출국 중 한 곳이었던 중국이 적극적인 투자로 이제 아시아의 제지중심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지난해 한국 인쇄용지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엔 라이너 백판지 신문용지 등에 대한 수입규제를 추진하는 등 한국 제지업계에 대한 견제가 심해졌어요." 조 회장은 중국 제지업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오는 9월 서울에서 한·중 지류·펄프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 제지업계가 처음으로 함께해 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어 10월 아시아 제지산업단체 회의에 중국이 처음으로 참석할 예정인데 제지연합회는 이를 통해 한·중 제지업계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커 올해는 국내 제지업계가 재편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를 잘 활용하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조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3남으로 이 고문의 뒤를 이어 한솔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고문의 장남인 조동혁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차남인 조동만 회장은 정보기술(IT) 관련업체인 한솔아이글로브를 맡고 있다. 글=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