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준화 학업성취도 높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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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준화 지역 고등학생의 성적 향상이 평준화 지역 학생보다 월등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평준화가 성적을 하향 평준화시키지 않는다'는 평준화론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연구결과에 대해 표본 추출이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나서 '평준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는 23일 '고교 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평준화 정책은 평준화 정책에 비해 학생 성적을 표준편차 0.3만큼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표준편차 0.3은 평준화 지역 고교 상위 10%와 상위 20%의 성적차 만큼으로 고1때 성적이 상위 20%였던 학생이 비평준화 학교를 다니면 2학년 때 상위 10%로 저절로 오르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1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이 실시한 '국가수준 교육성취도 평가'에서 분석대상(10만2천2백62명)중 72개 중소도시 지역에 사는 고1 1천5백60명과 고2 1천4백64명만의 성적을 추출해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
2001년 당시 교육부는 평가에 참가했던 전체 학생을 분석,평준화 지역 학생이 비평준화 지역 고교생보다 학업성취도가 평균 3점(4백점 만점) 향상됐다고 밝힌바 있다.
김태종 KDI 교수는 "교육부는 당시 대도시와 농촌지역의 학력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중심인 평준화 지역과 농촌이 포함된 비평준화 지역을 단순 비교해 평준화 지역의 학력 성취가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며 "이번 연구에선 대도시,농촌 지역을 제외한 중소도시만을 대상으로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을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학생들의 성적 향상 효과가 '0.25∼0.38 표준편차'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미뤄 비평준화 정책이 전체 학생에게 골고루 성적 향상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연구자인 이영 한양대 교수는 "평준화 정책은 다른 수준의 학생을 섞어놓음으로써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도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며 "평준화 유지가 저소득층 또는 저학력층을 위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평준화 정책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특히 이 표본중 중소도시 학생만 뽑아 연구한 것은 표본 표집설계부터 잘못된 것으로 연구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당시 평가를 담당했던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2001년 실시된 고1,고2 학생의 성적을 분석했을뿐 고1과 1년 뒤 고2 학생의 성적 변화추이를 분석한 것이 아니다"며 "이같은 결론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같은 연구 결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평준화가 교육기회 균등 등의 긍정적인 면이 많으나 경쟁력 측면 등 모든 면에서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평준화의 틀 안에서 경쟁력 구조를 이식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