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재미 이제야 알았어요" ‥ 학점은행 최고령 졸업 정춘희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부가 재밌다는 것을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요."
23일 열린 제5회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자로 학사모를 쓰게 된 정춘희씨(65·경영학사)는 자신의 뒤늦은 향학열이 못내 아쉬운 듯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땐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공부하다 보니까 '사회를 위해 좀 더 보람된 일을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되더군요."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배움에 항상 목말라 있던 정씨는 4년 전 학점은행제가 생기면서 교수를 지낸 남편의 권유로 안양대학교에서 경영학 과정을 선택했다.
어려운 경제용어나 이론 등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컴퓨터.
생전 컴퓨터 앞에 앉아보지 않았던 정씨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타자 연습을 한 끝에 이제는 분당 4백타를 칠 수 있는 '컴도사'가 됐다.
자료 검색을 위한 웹서핑 등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오빠에 대한 소식도 접할 수 있다고 정씨는 기뻐했다.
정씨의 오빠는 북한 최고 인민화가 정창모씨(72)로 2001년 남북이산가족 1차 방문 때 상봉해 화제가 됐다.
"공부를 잘했던 오빠가 항상 공부는 가르쳐주지 않고 '공부하라'고 머리만 쥐어박던 기억이 나네요."
'어릴 적 글쓰기에 소질을 보였다'는 정씨는 이번 학기에는 이화여대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생활수필' 강좌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날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는 학사 2천2백36명, 전문학사 3천9백80명 등 6천2백16명이 학위를 받았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