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 넘는 청년 실업률과 3백70여만명의 신용불량자, 극심한 소비불황과 4백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노무현 정부 임기 첫 해였던 지난해 서민들은 극심한 내수경기 불황과 일자리 감소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두세 집 건너 한 집꼴로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근근이 버티던 생계형 소상인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문을 닫고 있다. 그나마 수출이 잘돼 다행이라는 소식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에 떡'이었다. ◆ 청년실업률 8% 넘어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8.8%로 지난 2001년 3월 9%를 기록한 이후 34개월 만의 최고치다. 무려 45만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작년 연간으로도 청년 실업률은 8%에 육박할 만큼 '일자리 없는 성장' 속에 취업난이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 전체 실업률도 지난달 3.7%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실업자 수는 85만4천명으로 1년새 6만5천명 증가했다. 서민들의 생활이 그만큼 고달파졌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데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아예 취업 노력을 중단한 구직단념자 수는 12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82.4%(5만6천명)나 늘어났다. 구직단념자는 통계상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 소비불황으로 영세소상인 '고통'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할 정도로 침체됐다. 지난해 12월에 소폭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내수소비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을 제외하고는 사상 최악이었다. 명퇴자들이 주로 뛰어드는 음식업과 숙박업도 매출 신장세가 마이너스였고 재래시장은 10∼20%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7백73만6천명으로 2002년에 비해 25만명이나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자영업자 수가 16만명 줄어든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퇴출당한 셈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 판매량이 지난해 5%, 담배는 무려 26.2% 늘어났다. 신용불량 문제와 취업난, 매상 격감으로 시달리던 서민들이 담배와 소주로 시름을 달랬다는 얘기다. 내수 경기가 좋았던 2002년의 경우 담배 소비량이 13.2%, 소주는 2.2% 각각 감소했었다. 여기에다 조류독감 광우병 등 가축질병 파동까지 겹쳐, 영세서민들과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갔다. ◆ 물가도 불안 지난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을 울리더니 올해는 물가불안이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한 해 전보다 3.4%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해도 0.6%포인트 급등했다. 대학 등록금과 고등학교 수업료가 7∼10% 오르고, 고속도로 통행료도 평균 4.5% 인상되는 등 공공요금이 잇달아 오를 예정이어서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게 파일 것으로 우려된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