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관계를 밑천으로 전기를 써 돈을 벌겠다고? 읽고 싶지도 않으니 아예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 지난해 3월 퇴임한 주룽지(朱鎔基·76) 전 중국 국무원 총리의 청렴결백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최근호에 소개돼 눈길을 끈다. 상하이시 공산당 기관지인 '공산당역사정보뉴스'는 주룽지 전 총리가 퇴임 이후 자신에 관한 전기나 책은 어떤 것도 읽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심지어 지난해 봄 자신에 대한 전기를 쓴 사촌 형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왔을 때도 끝내 면담을 거부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나에 관한 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짜맞춘 것에 불과하다"면서 "나와의 관시(關係)를 과시하려고 하는 것은 어떤 것도 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잡지는 또 주룽지 전 총리가 정계에서 은퇴한 지도자들이 공직생활의 기억을 되살려 회고록을 저술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책도 저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리펑(李鵬) 전 총리는 싼샤(三峽)댐 건설에 관한 일기를 출간했으며 지난해 3월 퇴임한 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는 중국의 교육에 관한 책을 내놓았다. 주룽지 전 총리는 또 친지들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아예 공직에 진출한 친인척들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특히 고향지역 공무원들이 모친의 무덤을 다시 꾸미려 하자 엄하게 꾸짖은 것은 물론 친척들에게 서툰 짓 하지 말라는 편지까지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 잡지는 주룽지 전 총리가 재임 시절 공격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퇴임 후에도 삼엄한 경호 속에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