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5연임은 예견됐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작년 4월 그린스펀 의장의 4년 임기(올 6월 20일)가 끝나더라도 또 다시 의장직을 맡길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꼭 그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요즘 그린스펀의 경제관은 백악관과 상당히 가깝다. 고용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대표적이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곧 고용을 늘릴 것이라며,고용 불안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 취임 후 2백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진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그린스펀은 백악관의 확실한 우군인 셈이다.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세금감면 조치의 영구화도 그린스펀 의장은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주자들이 감세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린스펀은 부시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제관이 백악관과 가깝다고 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의심하는 미국인은 적다. 그만큼 FRB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그린스펀이 통화정책의 총수인 FRB 의장에 임명된 것은 1987년 8월11일,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후 조지 부시 전 대통령,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시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16년6개월째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 오는 6월20일부터 5번째의 의장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를 채우면 20년10개월간 의장직을 맡게 돼 최장 FRB총재란 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의 나이(78)를 감안할 때 의장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이사직 임기가 끝나는 2006년 2월1일 물러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