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일가와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이사진에서 퇴진키로 함에 따라 SK그룹은 전문경영인이 이사회 중심으로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하는 새로운 지배체제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 지주회사격인 SK㈜를 중심으로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느슨한 연합체 성격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SK㈜가 사외이사가 70%를 차지하는 등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바뀐 데 이어 최 회장 일가와 손길승 회장이 SK텔레콤 이사회에서 물러남에 따라 SK텔레콤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리잡게 됐다. 손길승 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게 되면서 지난 98년 최종현 2대 회장 별세 이후 6년 가까이 유지돼 왔던 '투톱 경영'도 막을 내리게 됐다. 지난달 손 회장이 구속되자 SK그룹은 그룹회장직을 대체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5인 경영협의회'를 구성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었다. 그러나 그 구성원이던 황두열 SK㈜ 부회장,김창근 SK㈜ 사장,표문수 SK텔레콤 사장 등이 이번 주총을 통해 퇴진하거나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사실상 경영협의회도 해체됐다. SK그룹은 앞으로 최 회장과 전문경영인이 그룹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지난 98년 최 회장이 SK㈜ 회장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소유·경영 분리 구상이 'SK사태'를 계기로 더욱 앞당겨진 셈이다. ◆오너십과의 조화 SK의 지배구조 개선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낮아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경영권을 선진형 지배체제 구축이라는 도구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최 회장은 그러나 SK㈜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 회장 일가가 17.46%의 지분으로 갖고 있으며 SK㈜는 SK텔레콤(지분율 21.47%) SK네트웍스(50.3%) SKC(47.66%) SK엔론(50%)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대주주로서 견제 역할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얘기다. SK 기업문화실 이노종 전무는 "SK그룹은 앞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SK㈜ SK텔레콤 등 주력계열사의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경영협의회를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등 혁신 나설 듯 SK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에 이어 대규모 인사 등 혁신을 단행할 전망이다. 주요 경영진이 물러난 공백을 메우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이 경영의 주축을 이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경우 표문수 사장이 '오너 일가'라는 멍에를 지고 갑작스럽게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4일 이사회에서도 표 사장이 오너일가이기는 하지만 'SK사태'와 무관한 데다 경영성과도 뛰어나 퇴진에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그룹의 발전전략 등 중장기 성장엔진을 마련하는 데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