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참가한 제2차 북핵 6자회담이 25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釣魚臺) 방비원(芳菲苑)에서 개막됐다. 6개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각국의 기조연설을 비롯한 전체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실무 양자접촉을 가졌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과 미국은 핵폐기 방법과 동결대상,대북 안전보장 등 해법을 놓고 한치의 양보없이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북핵 문제가 '핵동결 대 보상'을 핵심으로 동시행동을 통해 일괄 타결돼야 한다는 종전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인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북한이 우라늄을 언급했고 종전의 입장을 반복했다"고 전해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의 존재를 재차 부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에 대해 "플루토늄을 비롯해 우라늄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은 기조연설과는 달리 이날 오후 이뤄진 북·미간 양자접촉에서는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의 돌출성 발언은 없었고 회담 분위기는 냉정하고 실무적이며 차분했다고 이 차관보가 전했다. 실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이번 회담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일관된 입장에 따라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신축성을 발휘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해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 1차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자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이 폐기를 주장하는 HEU 핵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보이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특히 회담 개막 하루 전날 밤 가진 남북접촉에서 HEU에 대한 미국측의 심각한 우려에 대해서도 이해를 표명했다.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운 한국의 핵동결 방안에 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 차관보는 이례적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자신의 동시행동 원칙에 대한 미국의 보장수위가 불만족스럽다고 판단할 경우 얼마든지 판은 깨질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도는 없다면서도 보상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3단계 방안과 대북 안전보장 3단계 방안을 구체적인 상응조치와 함께 제시했다. 이 차관보는 "북한의 핵동결 범위는 모든 핵프로그램을 포함하고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핵동결은 폐기를 위한 잠정 과정이라는 세 가지 조건에서 핵동결이 이뤄지면 상응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권순철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