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해외건설업계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전통적 주력시장이었던 중동지역 국가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발주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데다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참여기대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들어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권 국가에서도 건설 발주물량이 늘어날 조짐이다. 국내 건설업계의 재정상태가 최근 2∼3년 새 크게 개선되면서 해외진출 여력이 생긴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세계 곳곳서 '건설코리아' 명성 해외건설은 외환위기 이전인 지난 35년간 수출한국의 위상 높이기와 국가경제 부흥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국내 건설업계는 60년대 중반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에서 모두 4천5백여건,1천8백억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이를 통해 연인원 3백만명의 고용창출과 2백70억달러의 국산기자재를 수출하는 효과를 냈다. 또 우리 업체들이 건설한 도로 및 건축물 등 수많은 구조물들은 '건설코리아'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며 민간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 싱가포르의 래플즈시티,세계 3대 장대교량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페낭교,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리비아 대수로공사 등은 우리 업체들이 남긴 기념비적 구조물들이다. 건설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전성기는 70년대에 불어닥친 중동건설 붐 때였다. 덕분에 81년엔 1백37억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때 벌어들인 달러로 두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아직도 경쟁력은 충분하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진출 기반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잠재적 경쟁력까지 상실한 것은 아니다. 우선 전문 기술인들의 폭이 두텁다. 선진국과 견주면 아직 인건비 경쟁력도 있다. 따라서 과거 이뤄졌던 단순 노동력 중심의 수주에서 탈피,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건설수주에 노력하면 한국 해외건설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다. 또 개별업체의 수주 경쟁력이 미국 등 선진국이나 중국과 같은 후발국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다. 우리 건설업체가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틈새 시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업체의 최근 4년간 기업당 평균매출을 보면 한국은 4억4천7백50만달러로 미국(3억6천1백50달러)을 100으로 볼 때 123.8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1백65.7)보다는 낮지만 중국(45.3)에는 크게 앞서고 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건설코리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건설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인식이 새로워져야 한다. 건설 수출이 마치 근로자들의 인건비나 따먹는 형태라는 과거의 오해는 특히 불식되어야 한다. 사실 대형 해외건설 사업을 수주하면 그 부가가치는 건설자재 첨단 전자 및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엄청날 수밖에 없다. 건설 수출이 곧 수많은 첨단 연관산업의 수출인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해외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최첨단 산업 육성 의지에 못지않은 정책적 지원을 퍼붓는다 해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국가적 차원의 수주외교 시스템 확보와 금융지원에 대한 배려도 꼭 필요한 조치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 또는 민간 차원에서 거의 초저금리의 금융혜택을 부여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따는데 노력하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도 달라져야 한다. 업체별로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당경쟁을 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업체간의 선택적 컨소시엄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 연구원은 "외국 발주자들이 요구하는 원스톱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력과 금융시스템을 결합시킨 '멀티플레이어(전천후 기업) 전략'을 마련해야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