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중 75% 이상은 재산이 불어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박만호)가 26일 내놓은 정기 재산공개 대상자 5백81명의 신고 내역에 따르면 75.2%인 4백37명은 재산이 늘어난 반면 24.1%인 1백40명은 감소했다. 재산 변동이 없다고 신고한 공직자는 4명이었다. 재산이 늘어난 이유는 봉급 저축, 부동산 처분 이익 발생, 상속ㆍ증여 등으로 분석됐다. 반면 부동산을 사들인 공직자의 경우 매입가격과 신고가격간 차액이 손실로 잡혀 재산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빌라매각 봉급저축 등으로 4억4천8백90만원이 늘었다. 재산을 신고한 국무위원 14명중 13명은 재산이 증가했다. 또 전체의 16%인 93명은 재산 증가액이 1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경기침체와 실업난 등으로 '삼팔선'(38세면 정년)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국민 수입이 부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 노 대통령 신고누락 논란 노무현 대통령은 재산공개 대상 가운데 재산증가 1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고때 빌라매각 대금을 누락했던 데다 취임 후 받은 봉급 대부분을 저축한 데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급여 1억2천만원, 수당ㆍ직급보조비 8천만원 등 연간 2억원을 받는다. 다른 수입이 없다면 대부분의 연봉을 저축했다는 얘기다. 권양숙 여사의 빌라매각 대금은 당선자 시절 판 서울 명륜동집 잔금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매각대금 2억6천만원을 채권으로 신고했어야 하는데 빠뜨려 실제 증가분은 1억8천1백만원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권 여사 명의의 보험 2건 4백만원, 건호씨가 가입한 보험 1건 3백만원도 지난해 신고때 누락했다. 지난해 신고 대상의 절반가량을 빼먹은 셈이다. ◆ 고위공직자 얼마나 증감했나 고건 총리도 본인과 부인의 예금은 2천8백여만원, 차남의 주식은 8천7백여만원 늘었으나 장남의 채권 감소(6천3백여만원) 등으로 전체로는 6천8백여만원 줄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받은 퇴직위로금 2억8천5백만원과 봉급 저축(2천5백만원) 등에 힘입어 2억5천8백여만원이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빚이 9억3천여만원에 달해 재산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무위원중 유일하게 재산이 감소한 김화중 장관은 생활비 사용 등으로 8백80여만원 줄어들었다고 신고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재산증식 규모가 30억원으로 재산증가 2위에 랭크됐다. 건물 주식 매각으로 29억여원을 벌었고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13억원의 삼성카드 채권을 사들였다. 진 장관의 전체 재산은 99억5천여만원으로 재산이 '1백억원대'에 육박했다. ◆ 역시 부동산과 주식 고위공직자들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울고 웃었다. 특히 부동산 실거래가격이 아닌 공시지가나 기준시가로 재산을 공개하는 바람에 실제 매매가 있었던 경우 희비가 극명하게 교체했다. 아파트 빌라 땅을 팔았다면 거의 모두 재산이 불었지만 사들인 경우엔 대부분 재산감소 공직자로 분류됐다. 윤웅섭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땅을 판 가격과 공시지가와의 차액 7억2천여만원을 재산증가로 신고했다. 김영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 김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권오룡 행자부 차관보 등은 아파트 매각차액으로 재산이 불었다. 반면 정완호 한국교원대총장, 송인동 충남경찰청장, 김영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문봉주 외교부 본부대사 등은 공시지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해 재산이 감소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