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는 성속(聖俗)의 의미를 다룬 영화다. 저열한 원조교제 행위에 빠진 사람들을 통해 차원 높은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제목 '사마리아'는 성경에 등장하는 버림받은 민족(또는 지역)의 이름이지만 김 감독은 '마리아가 죽었다(사:死)'는 비튼 의미에 무게를 싣는다. 성모 마리아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이 성모,즉 구원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각 개인이 자신의 죄를 직시하고 서로를 용서함으로써 화해와 구원에 도달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천사와 악마,순수와 타락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며 행위의 동기와 결과도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여고생 재영(서민정)은 '돈'을 위해 몸을 팔지만 나중에는 섹스 상대와 '영혼'을 교감한다. 때문에 그는 스스로를 '바수밀다(손님들을 불교도로 개종시킨 인도의 창녀)'로 부른다. 그가 경찰의 단속을 피하다 추락사한 뒤 친구 여진(곽지민)은 일종의 속죄의식으로 원조교제에 나선다. 여진은 원조교제에 대한 자신의 혐오감을 불식시키는 것이야말로 재영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두 소녀에게 육체의 타락은 영혼의 정화와 관련돼 있다. 여진의 아버지이자 형사인 영기(이얼)도 두 겹의 상반된 시선에 노출돼 있다. 그는 원조교제자들에게 도덕적인 징벌자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살인자다. 딸의 죄를 대신해 영기가 수감되는 장면은 인류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연상케 한다. 쾌락을 얻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어른들은 결국 죄책감을 안고 돌아간다. 원조교제 사실이 가족에게 밝혀지자 투신자살하는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세련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했다. 노골적인 섹스와 험오스러운 폭력에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도 그 느낌을 살려냈고 인물들간의 관계도 짜임새있게 압축시켰다. 3월 5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