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이사회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잇단 회계부정으로 추락한 미 기업들의 신뢰 회복과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역할 분담'과 '상호 견제'가 필수적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세계 최대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는 더글러스 대프트 회장겸 CEO가 올해말 물러나게 되면 '회장·CEO 분리'라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현재 코카콜라 이사회는 가장 유력한 내부승진 인사로 거론되던 스티븐 헤이어 사장 대신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영입,기업지배구조를 바꿔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오라클 창설자로서 지난 27년간 절대적 권력을 행사해온 래리 엘리슨 회장도 지난달 15일 회장직에서 물러나 CEO 직함만 보유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사회는 존 테인 골드만삭스 사장을 CEO로 선임하고 존 리드 회장에 대해서는 회장직만을 수행토록 내규를 정했다.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창업자 찰스 R 슈왑 회장은 지난해말부터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미 기업들 사이에서 '회장·CEO 분리'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은 경영을 감독하는 이사회 의장과 기업을 경영하는 CEO의 기능이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그만큼 큰 결과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컨퍼런스보드는 "회장과 CEO의 권력이 분산돼 있는 유럽에서는 회계부정 등 기업관련 스캔들이 별로 없다"며 "차제에 회장·CEO 분리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