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여성파워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여성관객들이 남성관객들을 압도하는 데다 영화 관련 학계와 제작·배급·홍보부문에서도 여성영화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41)는 한국 여성영화인으로는 처음으로 '주식부자'가 됐다. 지난 1월 상장사 세신버팔로와 지분교환을 통한 우회상장에 합의,주식발행 절차가 끝나는 4월 말께면 이 회사의 주식 6.54%(26일 현재 평가액 약 82억원)를 소유하게 된다. 명필름은 '접속''해피엔드''공동경비구역''바람난 가족'등 흥행작과 함께 '섬''와이키키 브라더스''욕망'등 예술영화를 만든 명문 제작사다. "여성인력은 영화계 전체에서 20~25%선이지만 홍보마케팅부문의 경우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급 인력들이 속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상장사들의 주주가 되는 여성영화인들이 더 나올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초년기에 마케팅을 한 경험이 제작자로서 영화시장의 흐름과 소비자 성향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심 대표는 좋은 제작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시나리오를 제대로 읽을 줄 알고 △감독과 프로듀서 스태프들의 능력을 적정하게 평가해야 하며 △영화와 관객이 적절한 방식으로 만나도록 할 줄 아는 능력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바람난 가족'을 흥행시킨 뒤 여러 회사들로부터 지분교환 제의를 받았을 때 자신이 명필름의 대주주로 남아 있는 조건을 제시한 세신측을 파트너로 정했다고 밝혔다. "명필름이 우회상장한 것은 한국영화가 산업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앞으로 영화 제작비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될 수 있겠지만 영화사로서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체제를 갖춰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명필름과 함께 세신의 자회사로 편입된 강제규필름과 제작 및 마케팅부문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1987년 서울극장 기획실의 홍보마케팅 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심 대표는 92년 명필름의 전신인 명기획을 설립하면서 제작자로 변신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