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가까스로 통과되어 국제통상미아 신세는 면했지만 스크린쿼터제도가 여전히 무역투자확대를 위해 긴요한 한·미투자협정(BIT) 체결의 발목을 잡고 있기때문이다. "농민들도 고통을 감내하고 한·칠레 FTA를 수용했는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더이상 스크린쿼터제를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김재철 무역협회장의 말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우리는 이제 1백46일로 되어있는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스크린쿼터제도는 집단적인 반 개방정서의 상징"이라는 어제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 아니더라도 시대적인 조류인 국제화 흐름에서 소(小)를 지키려다 자칫 대(大)를 잃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경제부처의 입장은 확고한 것 같다. 한·미투자협정이 체결되면 당장 30억~40억달러의 직접적인 투자유치 효과를 기대할수 있고,주한미군 몇개 사단이 주둔하는 것과 같은 안보효과까지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2억달러의 영화수입에 발목이 잡혀 3백5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수출전선이 차질을 빚어선 안된다는 논리이기도 하다.연초 스크린쿼터제도를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는 1백74개 과제중 하나'로 지정한 공정위는 "연내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강철규 위원장)고 밝히기도 했었다. 우리 문화와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스크린쿼터제도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영화업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스크린쿼터제도를 유지하고 있고,실제 이 제도 때문에 우리 영화산업이 몇단계 도약할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산영화 한 편이 전 인구의 20%에 달하는 1천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나드는 것을 보면 스크린쿼터제도는 이미 유치(幼稚)산업 보호라는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본다. 지난 90년대 후반 영화업계는 국산영화 점유율이 30%를 넘길 때까지만 이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했다가 이를 넘자 다시 40%까지만 참아달라고 요청했다.이제 점유율이 50%를 넘었으니 영화계도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해야 한다.전자산업 등 다른 산업에서 보여주듯 기업들은 국내외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더욱 강해질수 있다. 언제까지나 영화산업만 예외일수는 없다. 영화감독 출신인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도 영화계의 입장을 벗어나 전체적인 국익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