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2% 밑으로 떨어졌다. 2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은행 증권 보험 투신 연기금 저축은행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보유중인 상장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2002년 말 15.9%에서 2003년 말 11.2%로 4.7%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기관의 주식비중은 미국 50.9%,일본 40%(2002년 말 기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기관비중은 지난 96년 30.7%에 달했으나 외환위기 당시인 98년 13.7%로 낮아졌다. 그후 간접투자시장이 폭발했던 99년에 16.9%까지 잠시 늘어난 것을 제외하곤 줄곧 감소했다. 기관비중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2000년,2002년 두 차례에 걸친 증시침체를 거치며 '주식=위험자산'이란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은행·보험권은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기 위해,투신권은 신인도 하락 및 펀드환매 등으로 주식을 살 여유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기관중에서는 유일하게 연기금만이 주식비중을 확대하고 있을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기관투자가들이 증시 안전판 역할은커녕 기업의 경영감시나 경영권 보호 등 공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투신사 임원은 "주식 비중이 줄어든데다 투신사 수가 증가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파편화돼 주주권과 관련된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