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반기업'정서를 대표하는 랠프 네이더(70)는 항상 흥밋거리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또 다시 선언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은 못된다. 재미난 것은 그의 출마에 대해 민주당측이 지나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전국위의장인 테리 매콜리프는 네이더의 출마를 '불행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무척 감정이 억제된 표현이다. 존 케리나 존 에드워즈 민주당 대선후보들은 '허황된 꿈''극도의 이기주의자'라며 직설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측에서는 그의 출마를 반기는 표정이 역력하다. 소비자운동의 대부격인 네이더가 꿈꾸는 정치 이상은 한마디로 '기업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워싱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공화당의 극우성향을 강력히 비판한다. 민주당이 네이더 출마에 당황하는 것도 그의 반공화당 정서가 민주당표의 분산으로 나타날 것을 우려해서다. 민주당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후보가 패한 게 네이더가 지지표를 잠식한 결과라는 피해의식을 지금도 갖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측이 '네이더 변수'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녹색당 간판으로 나와 전체 유효득표의 2.8%를 얻은 2000년보다 득표력이 훨씬 약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그의 극단적 이미지를 역으로 잘 활용할 경우 케리나 에드워즈의 중도온건 이미지가 더 부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