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화 < 티켓링크 사장 ceo@ticketlink.co.kr > 벤처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 한편이 있다. 제라드 드 빠르듀가 주연한'1492 콜럼부스'라는 영화다. 콜럼부스에 대한 영화적인 해석을 두고 평단의 의견이 분분했었지만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영화 중 하나다. 바로 영화 속의 인상 깊은 한 장면 때문이다. 한번도 건너지 않는 큰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하겠다는 콜럼부스를 손가락질하며 귀족들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그저 몽상가일 뿐이오."그때 콜럼부스는 창가로 뚜벅뚜벅 걸어가 커튼을 활짝 열어 젖힌다. 거기엔 석양에 물들어 가는 제노바 시내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콜럼부스는 귀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저기를 보시오.저 아름다운 성벽과 웅장한 교회의 첨탑들,그리고 건물들을 보시오.저것들은 모두가 몽상가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오.지금까지 인간의 역사를 전진하게 한 것은 바로 몽상가들이오." 영화 속에서 제라드 드 빠르듀가 연기한 콜럼부스는 설레이도록 멋있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해 꿈 하나에 의지한 채,자신의 인생을 걸고 배를 띄우는 사람.벤처 정신을 표현하는데 달리 이 이상의 그 어떤 이미지가 필요하랴.영화 속 콜롬부스의 웅변처럼 인류의 역사를 전진하게 한 것은 바로 이 벤처 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때 우리나라를 달구었던 벤처 신화가 요즘 들어 조금씩 빛이 바래어가는 느낌이다. 벤처 기업들 스스로의 탓도 있으리라.진정한 꿈과 도전하는 용기보다는 자본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쉬운 분야가 벤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벤처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우리 경제도 함께 겨울을 맞았다. 신용불량자가 천만이 넘고 불황이라는 이름의 터널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올려다 보면 아직 바람이 차다. 그러나 몇 번의 비가 오면 꽃이 피고 다시 봄이 올 것이다. 꿈과 용기와 도전.이 이름들이 진정한 빛을 발할 때는 어려움 속에서가 아닌가. 2004년 봄.우리에겐 다시 시작하는 벤처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