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은 노무현 정부에는 두가지 경제현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는 신용불량자를 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윔블던 효과에 대항하는 과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신용불량자수는 3백77만명이다. 콜금리를 한단계(0.25% 포인트) 올리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빠지는 잠재 신용불량자까지 감안하면 약 4백50만명에 달하는 위험수준이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 왔다. 초기에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경감해 주는 대책은 도덕적 해이라는 새로운 부작용을 낳았다. 그후 간접적인 고용지원을 통한 대책도 고용 없는 경기회복과 청년실업까지 겹치면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불량자 대책으로 그라민 뱅크(Grameen bank)를 설립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지난 1976년 빈민구제를 목적으로 설립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뱅크는 제도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계층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고 부실발생률 2% 이내의 건전한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그라민 뱅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연대융자' 방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활의지가 있는 고객들이 공동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상호간의 보증만으로 대출해 준다. 별도의 담보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이라도 연체가 생기면 다른 대출자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와 부실이 발생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금융거래가 봉쇄된 국내 신용불량자에게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출을 해준다면 개인신용불량 문제를 상당부문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방안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신용불량자를 배출한 은행이나 카드사들이 부실의 책임을 지고 대출기금을 내놓는 '금융회사 역할론'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현 시점에서 신용불량자를 위한 '한국식 그라민 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신용불량자의 해결책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세계적으로 우리처럼 단기간에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소위 '윔블던 효과'가 급격히 나타난 전례는 드물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이미 7개 은행 가운데 3개 은행은 외국인 손에 넘어갔고 증권·투신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과 같은 포트폴리오 성격 위주의 외국자본은 △금융서비스 개선 △금융제도 및 감독기능의 선진화 등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발전 단계를 감안하면 역기능이 더 우려된다. 무엇보다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와 함께 발전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해 국부유출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제정책의 무력화와 국내기업들이 경영권을 위협받은지는 오래됐다. 이 밖에 신용불량자,자살 등의 사회병리 현상까지 낳고 있다. 그렇다면 윔블던 효과에 대항하기 위한 최선책은 무엇인가. 정부는 국내자본을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지난해 4월 '뉴질랜드인의 은행'을 표방하면서 1년만에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키위 뱅크(Kiwi bank)'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출범초 기존의 거대은행 고객들이 쉽게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낮은 이자율과 애국 마케팅 전략이 주효해 건전한 금융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윔블던 효과와 신용불량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