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치동·목동 학원가 '폭풍전야'..'걱정' 많지만 아직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7일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인 대치동과 목동.정부의 잇따른 교육대책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과 강의를 듣기 위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바빴다.
겉모습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앞으로 학원 수강을 계속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있었고 학원들은 이들 학생을 붙잡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일부 단과학원과 수능교재 출판사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미세하나마 관찰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5시.양천구 목동의 CSA학원 앞에 멈춰선 학원버스에선 학생들이 쏟아져 내렸다.
3월 시작되는 특목고 입시반에 들어가기 위해 부모와 함께 학원 시험을 치러 오는 학생도 많았다.
이 학원 김용철 원장은 "불황 탓인지 지난해 학생이 조금 줄긴 했지만 이번 정부 대책 발표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EBS강의가 시작되면 강사들이 상·중·하로 나눠진 수준별 강의의 공통사항을 과목별로 요약해 강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치동의 중·고생 보습학원인 A학원의 경우 올 겨울방학 때는 작년보다 30% 정도 준 1백50여명만 등록했다.
이 학원의 K원장은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보다는 오랜 불황 탓"이라면서도 "일단 개학을 해 봐야 알겠지만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희숙씨(50)는 "EBS강의를 한다 해도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학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비 고3 김신애양(진명여교·17)도 "이번 대책으로 학원에 안 다니겠다는 애들은 있어도 개인과외를 그만두겠다는 애들은 없다"며 "입시가 다가오면 학원에서 EBS를 요약해 강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곳곳에선 정부 대책의 여파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단과학원이 가장 큰 '피해자'다.
단과반은 학생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종합반보다 학생 이탈이 훨씬 쉽기 때문.목동 대학학원의 김웅섭 강사(36·언어영역)는 "학기초인데도 수강생 수가 30% 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치동 C단과학원은 재학생을 대상으로는 '영업'이 안돼 4월부터 아예 재수 종합반학원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수능교재 출판업체는 직격타를 맞았다.
C업체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출판매출이 지난달보다 30% 정도 떨어졌다.
홍모 사장은 "수능 출판업계에선 2∼3월이 '피크'여서 4∼5쇄까지는 찍었어야 하지만 올해는 2쇄에서 멈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H업체 윤모 사장도 "EBS 외 다른 출판사 교재는 '올스톱'됐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 부동산시장에는 이미 작년 11월이후 냉기가 느껴졌다.
매물이 1주일에 최고 10건까지 나오고 있다.
이달 사교육비 대책이 나오자 학원을 사겠다는 사람이 아예 '뚝' 끊어졌다.
대치동 우리들부동산 김지원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서는 학원 구매자가 완전히 사라져 매물이 언제 소화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목동 쉐르빌 공인중개사 조희창 대표는 "지난해부터 학원 매수자가 점차 줄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아예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방실·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