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 '배당 주의보'가 내려졌다. 외국인들이 올해 국내 기업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받아갈 것으로 보여 배당 송금이 집중되는 3∼4월 중 대규모 달러 매수주문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상당한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급증한 외국인 배당금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해외로 송금한 배당금 규모는 모두 33억8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외국인 배당 송금액은 지난 99년 10억달러를 넘어선 뒤 △2000년 18억4천만달러 △2001년 22억4천만달러 △2002년 24억4천만달러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도 이같은 증가세는 이어져 외국인 배당 송금액 규모가 4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외국인 배당규모는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국인들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가운데 90%가량은 3∼4월에 집중적으로 유출된다"고 설명했다. 증권거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5백86개 상장사 가운데 지난 16일까지 현금배당을 결의한 1백57개사의 배당금 총액은 4조3천6백55억원으로 전년도(3조3천2백76억원)에 비해 31.2%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폭을 지난해 외국인 배당 송금액(33억8천만달러)에 단순 적용할 경우 올해 외국인들이 배당금 명목으로 송금하는 액수는 40억달러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 국내 기업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배당금을 달러로 바꿔 본국에 송금하게 된다. 외환시장에 그만큼의 달러 매수물량이 유입되고,원·달러환율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과장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외환시장에 배당금관련 달러 매수세가 항상 등장했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커 향후 파장에 주목하는 딜러들이 늘고 있다"며 "외국인 배당이 환율을 끌어올릴 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최소한 달러 공급(달러 매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 딜러도 "외국인 배당금이 단기간에 환전될 경우 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와 기업들의 수출대금 환전수요 등으로 인한 달러 매도세가 배당금 수요를 어느 정도 희석시킬 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