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도시문화는 광장문화라 할 정도로 광장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웬만한 도시에 가면 광장들이 한두개는 꼭 있는데 시민들의 문화공간일 뿐더러 때로는 갖가지 사회적인 이슈들을 따지는 토론장으로 활용되곤 한다. 파리의 콩코르드,로마의 에스파냐와 콜로나,런던의 트라팔카,뮌헨의 마리엔 등이 도시의 상징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모스크바나 베이징,북한의 광장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광장의 역사는 깊다. 2천5백여년전 그리스의 아고라(Agora)가 최초의 광장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이 공간은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축제를 벌이고 재판을 하는 그야말로 시민생활의 중심지였다. 로마 시대엔 포룸이 이를 대신했고,그후 시대를 달리하면서 나라마다 플라츠(독일) 플라스(프랑스) 스퀘어·플라자(영어권) 등이 만들어졌는데 모두가 '광장'이라는 말이다. 서울 한복판 시청앞에 '시민광장'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40여년 동안 물을 품었던 분수대를 철거하고 그 자리를 넓혀 3천8백평 규모의 잔디광장을 조성한다는 것인데 지난 주말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이 곳에서 '하이 서울페스티벌' 등 각종 문화축제를 벌인다고 하니 또 하나의 서울 명소가 기대된다. 시청앞 광장 조성은 오래전부터 찬반논란이 팽팽하게 대립된 뜨거운 감자였으나,수십만명이 운집한 월드컵 응원을 계기로 광장조성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과거 서울 여의도에도 11만평이 넘는 대규모 '5·16 광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 효용성이 문제돼 이제는 녹지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어느 도시를 막론하고 광장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데,이는 사람들이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밖으로 뛰어나와 중심공간을 점유하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욕망을 느껴서라고 한다. 시청앞의 시민광장도 이런 까닭이 아닌가 싶다. 시민광장은 자동차에게 빼앗긴 거리를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되돌려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광장조성이 이 일대의 교통난을 더욱 가중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떨쳐버릴 수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