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밥과 삼겹살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삼겹살이나 쌈밥은 원재료로 승부하는 음식인지라 다른 식당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평범한 메뉴로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먹게 한다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서울 논현동 '원조 쌈밥집'은 지난 90년 문을 열었다. 쌈밥이란 메뉴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삼겹살을 대패로 얇게 썬 '대패 삼겹살'도 처음 내놓았다. 상표 특허도 갖고 있다. 삼겹살은 원래 두껍게 썰어 나오게 마련이다. 두꺼운 삼겹살은 야채쌈을 해먹으면 나중에 입안 가득 고기만 남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쌈과 고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얇게 썰었다. 이곳의 쌈 종류는 30여가지가 넘는데 전부 유기농이다. 쌈밥은 7천원,삼겹살은 1인분 7천원이다. 독특한 것은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기 전 소스에 담그도록 한 점이다. 소스는 돼지고기 맛을 없애주는 40여가지 재료로 만들었다. 원래 익힌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로 개발했다가 삼겹살을 넣으면 기름이 하얗게 뭉치는 단점 때문에 익히기 전 바르는 소스로 돌렸다고. 상차림은 충청도,전라도,경상도식을 혼합했다. 쌈을 먹을 때 끓여 나오는 해물쌈장(3천원)이 있는데 이는 충청도식이다. 오징어,우렁,조갯살,다진새우 등이 들어가는데 맛이 기막히다. 반찬은 전라도식으로 다양하게 깔린다. 고등어조림도 나오는데 이는 쌈에다 고등어조림을 올려먹는 경상도식을 원용한 것이다. 이 집 단골들도 제대로 알고 즐기지 못하는 반찬이 멸치젓이다. 멸치젓을 밥에다 비빈 뒤 이를 쌈 위에 올려놓고 삼겹살과 함께 먹는 맛은 견줄 게 없다. 식사시간에는 자리가 없다. 예약은 10명 이상만 받아 별관에 자리를 만들어준다. 24시간 영업한다. 오전과 오후 3∼5시,밤 11시∼새벽 2시가 한가한 시간대다. 주차요원이 대기 중이다. (02)548-7589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