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실종된 본질 .. 최병인 <노틸러스효성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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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hoi@hyosung.com
일전에 "명문대라며 학생에게 해준 것이 없다"고 반성하는 어느 대학 총장의 고백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느꼈다.
대학 교육의 문제점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으로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의 자질을 접할 때 많은 실망을 느낀다.
대학 교육 본질은 '건전한 양식과 판단력을 구비하고 사회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할 것이다.
전문 지식은 급변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재교육을 한다고 차치하더라도,20대 중반이 되도록 자신의 인생 설계는 물론 능동적 사고력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보면 대학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20대 이전의 대학 신입생 나이에 벌써,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자립심과 독립심을 구비하는 미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사회의 실종된 본질이 어찌 교육계에만 국한되겠는가?
정치권을 보자.
신문에서 매일매일 정치권 소식을 접하면서 "이 모든 것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무엇을 얻고자 저리도 복잡하고 갈등 그 자체인가?" 하는 의문을 하루도 떨쳐버리지 못한다.
정치의 본질은 '국가의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집단의 표출된 이해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아무도 정치가 이런 본질적인 목적을 추구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정권의 쟁취라는 수단적 목표가 본질적 목표보다 우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업 또한 '본질의 상실'이란 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을 상회하는 가치를 제공하고,국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로비나 연고를 통한 영업이 이뤄지고,공정경쟁보다 이권이 지배하는 경우 기업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어긋난 모습의 대표적인 예가 최근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다.
국제적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을 따져 보면 그리 많지 않다.
원인은 기업들이 아직 본질적인 목표에 치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공동의 목표는 2만달러 소득으로 대변되는 선진국가 건설에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실종된 본질을 재정립하고,보편 타당한 판단기준으로 자리잡지 않는 한 선진사회의 건설은 요원한 목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