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펀드는 기업의 내재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가 낙후돼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 영국 등에서는 보편화된 투자 방식이며 기업지배구조 펀드만 전문으로 운용하는 회사도 많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이 대표적이다. 캘퍼스는 1990년대부터 제너럴모터스(GM), 애플, 제록스 등 대기업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들 기업에 끊임없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관철시켜 왔다. 주로 독립적인 이사선임, 이사회의장과 CEO(최고경영자) 분리, 회계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할 때 AOL이 광고 매출을 부풀렸다며 AOL타임워너를 고소하기도 했다. 캘퍼스가 지난 2002년 한햇동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 기업은 미국 1천9백개, 외국 6백80개에 달했다. 영국의 최대 연기금인 허미스연금운용(HPM)은 지배구조펀드 운용인력만 40여명을 두는 등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허미스연금과 캘퍼스는 1998년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동맹'을 체결, 투자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서로 협력하고 있다. 선진시장에서 이처럼 기업지배구조 펀드가 활성화돼 있는 것은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의 주가상승률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높기 때문이다. 김우찬 KDI 교수는 "1991∼1999년 미국의 상위 1천5백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지수상승률보다 연평균 8.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낙후된 기업지배구조, 저평가된 주가, 정부의 주주권 강화정책 등이 서로 맞물린 결과 한국 증시가 지배구조 펀드의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