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것 다 놀고,현장과 떨어져 근무하면서 언제 1등을 할 수 있겠나."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이 윤종용 부회장 직할 체제로 바뀐 이후 신발끈을 바짝 졸라매고 있다. 전사 차원에서 도입된 주5일 근무제와 관계 없이 토요일 근무에 나서는가 하면 조직을 현장 중심 체제로 재편하고 휴일까지도 반납하는 등 일대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생활가전 총괄 소속 부서를 생산라인이 있는 수원사업장으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디자인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상품기획·수출·마케팅전략 등 전략마케팅팀 소속 2백여명의 임직원들이 2일부터 전원 수원으로 출근하게 됐다. 시스템가전사업부 마케팅팀장 이돈주 상무는 "주요 개발기능과 생산라인이 수원에 있는 만큼 이를 지원하는 스태프 조직도 함께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또 2월 한달 동안 전략마케팅팀 소속 전 직원을 쉬는 토요일에도 출근시켜 오전 근무를 실시했다. 토요일을 활용해 자사 제품은 물론 타사 제품의 특징과 마케팅 포인트를 점검하고 경쟁사의 동향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생활가전부문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은 분위기 쇄신을 통해 뒤처진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 생활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다른 모든 사업부문이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으로 무려 1천1백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것이라지만 적자 추락은 삼성전자로선 충격적인 일이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가전사업에서 5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올해 초 생활가전 총괄을 맡은 윤종용 부회장은 무엇보다 제품의 고급화와 원가절감을 통한 흑자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 메이택과 세탁기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게 대표적이다. 북미 세탁기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를 포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가전부문에서 우선 흑자를 내기 위해 매출을 높일 수 있는 사업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인다는 기본 방침 아래 △양문형 냉장고 △빌트인 전자레인지 △드럼세탁기 등의 매출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일반 전자레인지,가습기,식기세척기 등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사업은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업계는 삼성이 가전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은 가전사업을 올해 안에 결판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가전사업의 부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