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폐막된 참여정부 1주년 국제회의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신문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동북아 경제권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간의 새로운 분업구조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 참석자들은 또 세계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도 곧 호전될 것이지만 금융시장과 정치 안정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에는 겐나지 코토프 모스크바 국제경제관계대학장, 마이클 바티키오티스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편집장, 윌리엄 벨쉐어 JP모건 아시아 본부장이 참석했다. [ 참석자 ] 겐나지 코토프 < 모스크바 국제경제관계大학자 > 마이클 바티키오티스 <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편집장 > 윌리엄 벨쉐어 < JP모건 아시아 본부장 > 김중수 < 한국개발연구원장 > ----------------------------------------------------------------- ▲ 김중수 원장 (사회)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 안팎 정도로 매우 저조했고, 올해도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의 회복세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 벨쉐어 본부장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무엇보다 내수위축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내수도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 사회 =국내에서는 한국 경제 및 노무현 정부의 경제운용 역량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다. 반면 방금 벨쉐어 본부장의 평가처럼 해외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인식의 격차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벨쉐어 본부장 =한국인들이 국내 경제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3백8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주요인이다. 이는 향후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치불안이 문제다. 정치혼란으로 인해 경제적 불안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들은 모두 과거에 대한 것이다. 반면 우리같은 투자자는 미래를 중요하게 본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경제개혁을 추진해 왔다. 개혁의 가시적 성과들이 곧 나타나리라고 본다. ▲ 코토프 학장 =러시아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경제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내부에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러시아 경제를 평가할 때 총체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을 주로 보지만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미시적인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 사회 =세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우려가 많다. 특히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 바티키오티스 편집장 =중국이 개혁과 개방노선을 채택하면서 동북아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변화에 대해 주변국 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중국의 개혁과 개방과정을 상당히 잘 관리해 왔고 주변국에서도 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 초기에 시장을 적극 개방함으로써 아시아 경제에 '윈-윈(win-win)효과'를 가져 왔다. ▲ 코토프 학장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한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은 각기 다른 경쟁우위 분야가 있다. 따라서 동북아 국가들은 서로 경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호협력을 통해 동북아 지역 전체가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사회 =향후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코토프 학장 =중국은 아직까지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에 있고, 성장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한국 일본은 첨단기술산업과 같은 신(新)성장산업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과 주변국들간의 적절한 역할분담구조가 형성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운 분업구조가 형성되느냐 여부가 향후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 사회 =최근 한국에서는 정부 소유의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해외자본에 넘어가면서 '경제주권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여타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도 있다. ▲ 벨쉐어 본부장 =지난 80년대에 미국에서도 '일본이 미국을 사들인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외국자본 진출에 대한 한국인들의 우려가 높다면 변화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