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돌아오는 LG카드 채권 2조원의 만기를 일단 3개월간 연장하는 방안이 채권단과 정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오는 2005년 말까지 만기를 연장하라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요구에 대해 시중은행의 수용 불가 입장이 워낙 완강한데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 당장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만기를 연장한 뒤 추후 논의를 진행하자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2일 채권단에 따르면 신한.조흥.하나.국민은행 등은 이달 말로 만기가 돌아오는 LG카드 긴급유동성 자금 2조원의 만기를 6월말까지 3개월간 연장하는 방안을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에 제안했다. 이들 은행은 6월 말에는 2조원을 돌려받은 뒤 자금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신규자금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2조원은 작년 11월 8개 채권은행이 LG그룹이 제공한 담보를 잡고 지원한 긴급 유동성 자금으로, 산업은행은 2005년 말까지 만기를 일괄 연장하고 담보도 해지해 무담보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시중은행들은 약속 위반이라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LG카드 정상화 지원에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은행도 주주와 이사회가 있는 이상 순리에 어긋나게 지원할 수는 없다"며 "(상환) 약속은 약속대로 일단 지키고 추후 자금 부족분이 생기면 신규지원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단계에서 당장 결론을 짓기 어렵다면 3개월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장단기 자금수급 상황을 다시 들여다본 후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대안이 될수 있다"며 "몇몇 은행들이 정부에 이런 의견을 제시했고 정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만기연장에 강력 반대해온 시중은행들이 3개월 만기연장을 절충안으로제시한 것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주 은행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LG카드 처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한데 대한 성의 표시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아직까지 2조원의 만기연장 문제에 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으나 채권은행들의 이같은 제안을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사안의 성격상 시중은행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는데다 총선을 앞두고 LG카드 문제가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경우 불필요한 부담이 뒤따를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2조원의 만기연장 문제를 포함, LG카드 정상화 지원에 대한 중장기마스터플랜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LG카드 위탁경영을 맡은 산업은행은 LG카드의 현 자금수급 구조로 볼때 2조원의 만기연장은 LG카드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선결요건이라며 2005년 말까지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일부 은행도 3개월 연장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1년 이상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은 금주중 우리.농협.기업은행이 참여하는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2조원 만기연장 문제의 해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