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어느 CEO의 꿈 .. 이재희 <외국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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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hee.lee@unilever.com
그는 평생을 고시 공부하는 수험생의 자세로 긴장하며 산다고 했다.
참선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평상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도 했다.
소인은 부지런해야 잡생각을 않는다며 수명은 연장할 수 없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남들보다 두 배로 살 수 있다고도 했다.
일할 준비가 안 되면 차라리 출근하지 마라.
단 한 시간이라도 열정 없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고통이다.
그래서 열정과 순수,긴장,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평생을 노력한다.
일은 대단히 공격적이고 속도감 있는 경영을 추구하며,변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
지난 5년간 공식적으로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 그도 박재삼(朴在森) 류의 서정시를 읽으면서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해답 없는 문제는 없고 살릴 수 없는 기업은 없다고 그는 믿고 있다.
천방지축이고 소년다운 치기로,비운 마음과 동물적 감각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한번 결정된 사안은 흔들림 없이 혼신의 힘으로 집중해 웬만한 전문가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전략적 선택을 도출해낸다.
하기사 지난 수년간 그의 회사에서 내놓은 제품이 시장에서 일등 아닌 적이 아직은 없다.
그런 그도 작년 같은 불경기에는 스스로에게 낙제점을 주었고 '변화와 개혁을 통한 생활 속의 활기(Vitality through Transforming)'를 새 화두로 삼아 2004년을 맞고 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개혁과 변화 없는 성장은 없다고 믿는다.
항상 기분좋게 느끼고,좋은 것을 많이 보고 듣고,더 많은 것을 행하고,잠재된 자기 역량을 마음껏 뽐내며,각자의 생활에 더 많은 활기를 가져오게 하며 이를 통하여 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엉뚱하게도 매주 수요일 오후는 일하지 않는 날로 선언,임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그게 '위대한 직장 만들기'의 출발로 믿고 있다.
그는 또 모든 직원들이 가슴 설레며 출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의 꿈이 하루속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아니 그도 그가 원하는 유토피아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는 그 길을 위해 한눈 팔지 않고 매진할 것이다.
다시 한번 그의 건투를 빈다.
/유니레버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