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가치(value)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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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價値:value)는 사실 쉽잖은 개념이다.
사용하는 사람들마다 약간씩 다른 의미로 써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가혁신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캠페인을 시작한 뒤 독자들이 문의해 오는 내용도 그래서인지 '가치'에 집중된다.
"왜 하필 가치혁신이라고 부르느냐"는 질문이 많다.
사실 가치혁신론의 주창자인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나 르네 마보안 교수도 논문이나 기고문에서 '가치'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시장을 찾는 방법론 등을 아주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다.
짐작컨대 '가치혁신'에서 '가치'라는 단어 자체는 영어권에서 일상어로 사용되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영어권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치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한 사람은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다.
그는 "가격은 우리가 내는 돈,가치는 그것을 통해 얻는 것(Price is what you pay,value is what you get)"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치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것을 '사는' 사람들,즉 고객이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의된다는 점이다.
고객이나 소비자들은 '뭔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해야 돈을 낸다.
그 '뭔가'가 바로 가치다.
일상적인 용례에서 조금 더 들어가보면 세 가지의 가치 개념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제조업자적 시각의 가치다.
제조업자들은 효율성의 개념으로 가치를 받아들인다.
원가가 낮고 품질이 좋으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고의 품질'이나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모토로라가 수십억달러를 투자한 위성전화사업 '이리듐'이 대표적인 예다.
지구 상공에 66개의 통신위성을 띄워 세계를 단말기 하나로 통화할 수 있게 만든다는 야심찬 이 계획은 완전 실패로 끝났다.
값이 2천∼3천달러나 되고 무게는 1파운드(4백50g)에 가까운 단말기에다 이용료가 1분에 4달러나 되는 이 서비스를 가치있게 생각하는 고객이 없었던 것이다.
제조업자적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마케팅적 시각이다.
여기서는 고객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에 집중한다.
그래서 고객을 세분화하고 그 고객군에 맞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자리매김(포지셔닝:positioning)하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
최근에 주목받는 가치는 기업가치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식값이다.
가치혁신과 비슷한 이름을 갖고 있는 가치중심경영(VBM:value based management)은 바로 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EVA(경제적 부가가치: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금융 및 자본비용을 뺀 금액) ROE(자기자본이익률:자기 자본에 대한 당기순이익 비중) 등 자본 비용 개념이 들어가 있는 경영지표들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향상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법론이 바로 가치중심경영이다.
가치혁신론이 의미 있는 것은 혁신을 통해 이런 기존 가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는 점이다.
기존 고객이나 잠재고객뿐만 아니라 지금은 고객이 아닌 사람들(비고객)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천착하는 전략론이어서다.
비고객을 찾을 때 새 수요가 살아나고 새 시장이 열린다.
비고객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는 기존 경쟁자들과의 경쟁은 부질없고 허망한 것이 된다.
그러나 경쟁을 떨치기가 힘들기 때문에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