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후 고향 산성마을에서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환소년(還少年)'(이병한),평생 처음 해보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파워포인트 만들기 등으로 눈코뜰새없는 '디지털 강좌의 은빛 청춘'(한상복)…. 지성계의 영원한 현역인 서울대 명예교수 57명이 오늘의 젊은이에게 주는 '멘토르 시리즈' 세 권을 펴냈다. 첫권 '끝나지 않은 강의'에는 필자들의 청년시절과 첫강의를 준비하던 설렘의 순간들,참 스승과 대학의 의미,인생 설계와 공부 방법에 관한 지침이 들어 있다. '근대'라는 화두를 붙들고 33년 동안 강의실을 지키며 '무지개'와 '이성의 힘',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도도한 물결'(김윤식)을 지켜본 원로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을 준다. '공학박사가 된 라디오 소년'(이충웅),'눈 마주치기가 겁났던 첫 수업'(김용일),'절대로 휴강만은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평생 지킨'(이상옥)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2권 '내 마음의 등불'에는 성장의 나침반이 되어 준 인물들과 그들의 가르침이 지금 어떤 깨달음으로 빛나는지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영문학자 권중휘 선생(장석진),노스웨스턴대학원 시절 만난 데이빗 이스턴 교수(이용필),20세기의 위대한 조각가 헨리 무어(유근준) 등 스승들의 내면풍경이 고스란히 비친다. 3권 '다섯 수레의 책'에는 깊은 감동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열두살 때 처음 접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김안제),'삼국유사'부터 '시경'까지의 고전(김용직) 등에 푹 빠졌던 순간들이 눈빛 초롱한 유년의 향기처럼 풋풋하게 다가온다. 서울대학교 출판부.각권 1만3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