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새 1조5천억 순매수, 선진시장 진입 앞둔 선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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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우량주 독식"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외국인은 지난2일 5천8백억원, 3일 9천3백억원 등 이틀간 1조5천억원을 순매수했다.
올들어 외국인 순매수(코스닥포함) 규모는 7조원을 돌파했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도 작년말 40.1%에서 42.8%로 높아졌다.
이같은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에 대해 한국경제의 앞날에 베팅하는 차원을 넘어 우량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증시주도권 장악 등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의 우량주 매집현상이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ABN암로증권은 이날 "한국시장이 FTSE지수의 선진국시장군으로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14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증시 선진국시장 편입 임박
한국과 대만증시는 올 1분기중 FTSE(파이낸셜 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지수 선진국시장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한국(4월15일)과 대만(3월20일)의 총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안,발표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FTSE지수는 전세계 2조5천억달러 규모의 펀드들이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활용하는 지표이다.
주로 유럽지역 기관투자가가 이용한다.
ABN암로증권 벤 루드 아시아투자전략팀장은 "FTSE와 MSCI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주요 의사결정을 비슷하게 발표한다"면서 "FTSE가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올리면 MSCI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SCI지수를 벤치마크로 이용하는 펀드는 3조달러에 이른다.
◆1백10억달러 순유입 예상
ABN암로증권은 FTSE와 MSCI지수 조정으로 한국시장과 대만시장에 향후 18개월에 걸쳐 1백10억달러와 1백4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벤 루드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이 이머징마켓군에서 벗어남으로써 이머징마켓펀드에서 1백30억달러가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펀드에서 2백47억달러가 들어올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아시아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 분류된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홍콩 등에선 자금순유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못지않기 때문에 FTSE지수 변경만으로도 엄청난 파급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거래대금(올 1월 기준)에서 차지하는 유럽계 자금의 비중은 31.4%로 미국계 자금(30.2%)을 웃돌고 있다.
◆핵심 블루칩 상승세 가속화
전문가들은 양대 지수의 등급조정 이후 핵심 블루칩과 중소형주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펀드의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ABN암로증권은 "핀란드 노키아의 외국인 지분율이 90%를 웃돌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등 국내 글로벌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FTSE가 분석한 업종별 글로벌 랭킹에 들어가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2위) LG전자(26위) 삼성SDI(34위), 현대차(16위), 국민은행(49위) 신한지주(98위), LG화학(40위) 호남석유화학(68위), 포스코(3위), SK텔레콤(26위) KT(33위) KTF(46위) 등이다.
한편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진입하면 이머징마켓펀드의 자금회수 및 투자비중 축소로 중소형주의 수급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8년과 2000년에 각각 이머징마켓에서 선진국시장으로 상향된 포르투갈과 그리스 시장에서 중소형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