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이달 3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만 5천3백6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 2월6일부터는 18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코스닥시장 개장 후 역대 세번째 연속 순매수 기록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날 현재 코스닥지수는 작년말과 비교할 때 3% 정도 내린 상태다.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작년말보다 10% 가량 오르며 900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것과는 영 딴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코스닥 주식 매입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벤처 붐에 편승해 코스닥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인 데 반해 요즘은 소극적인 저가매수에만 치중하면서 외국인 매수가 곧바로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절반인 5개 종목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엠텍비젼의 경우 외국인이 1백5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6%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도 외국인의 18일 연속 순매수 기간동안 약보합에 그치는 등 부진하다. 이에 반해 외국인이 33일 연속 코스닥주식을 순매수했던 지난 2001년 9월27일부터 11월15일까지는 코스닥지수가 40%나 뛰었다. 20일 연속 순매수가 이어졌던 지난 2000년 1월18일부터 2월14일에도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30%에 달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요즘은 증시의 흐름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중·소형 벤처기업에서 대형 우량주로 옮겨가면서 외국인들도 호가를 올려가며 코스닥 종목을 적극 매입하길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과 2001년 인터넷 기업을 주축으로 한 벤처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찔렀던 때와는 투자패턴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향후 코스닥시장의 전망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우리증권 신 상무는 "성장주의 특성상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며 "외국인 매수 종목 위주로 주가가 급등할 경우 코스닥지수도 상승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대형주 위주의 투자패턴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며 "코스닥시장에서도 일부 우량주만 오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