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684부대(일명 실미도부대) 요원들의하극상이 발생했던 1971년 8월을 전후한 시기에 실미도에서 근무했던 기간병들이 불면증과 정서불안 등 각종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청와대 등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정부의 조치가 주목된다. 실미도부대 기간병 출신자 모임인 실미전우회(회장 김양구)는 하극상 발생 이후지금까지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해를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달 27일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방부, 공군본부, 국가인권위원회등 5개 기관에 제출했다고 이준영 전우회 사무국장이 4일 밝혔다. 전우회는 또 과거 실미도에서 근무할 당시 군당국으로부터 약속받은 생명수당과격오지수당 등을 전역 후 30년 이상 지나도록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미지급 수당을지급해달고 요구했다. 이 국장은 "2003년에 공군본부를 찾아가 군복무 기간 받기로 한 각종 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전역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이번 탄원서를 통해 수당 지급문제를 다시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역할 당시 `실미도부대와 관련된 내용을 발설할 경우 군법정에 회부된다'는 협박을 받고 기밀유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그 동안 보안누설을 걱정해 수당신청을 하지 못했을 뿐 결코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군당국이 실미도 사건으로 희생돼 국립묘지에 안장된 기간병 18명과 훈련병 31명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위령탑을 건립키로 유족들과 합의한 과거 약속을 이행할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탄원서에 포함됐다고 이 국장은 전했다. 특히 하극상 당시 생존한 6명을 비롯한 전우회 회원 18명은 훈련 과정에서 당한가혹행위로 인한 두통과 요통 등 각종 후유증을 앓고 있고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데따른 정신분열증세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1971년 8월23일 훈련병들이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섬을 탈주해 청와대로 향할 당시 살아남은 황모(55)씨의 경우 73년 전역 후 기업체에 입사했으나 늘 쫓기는 듯한불안감 때문에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황씨는 이후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굿을 5번이나 하고 병원신세를 졌으나 정신분열증세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다가 작년 10월에는 간암수술까지 받아 현재 생명이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도 1970년 3월 실미도부대로 발령나 이등병 신분으로 조교근무를 하다 1971년 1월 고된 훈련과 잦은 구타 후유증으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육지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실미도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까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 국장은 "제대 이후 불면증이 계속되고 있다. 자다가 조그만 소리에도 놀라벌떡 일어난다. 아직도 훈련병들이 죽이려 덤벼드는 악몽에 시달린다. 주변 사람들과 언쟁이라도 벌어지면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삶을살고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더욱이 전우회 회원들은 영화와 소설, 언론에서 실미도의 진실을 왜곡하고 기간병들을 가해자로 묘사할 때는 정신적 아픔이 가중된다면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입대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섬으로 끌려간 자신들도 국가의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들은 또 2000년 실미전우회를 결성, 국가가 방치하고 있는 위령탑 건립을 위해 매월 모금활동을 벌여 지금까지 1천200만원을 모았다며 국가가 적극 나서서 역사적 비극인 실미도의 아픔을 치유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김광태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