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고립주의' 안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940년 미국 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모여 '미국 제일주의 위원회(America First Committee)'란 단체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 행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다양한 정치 활동을 폈다.
그러나 일본군이 진주만을 침공,대미 선전포고를 하면서 이 위원회는 1년만에 자진 해산하는 비운을 겪었다.
상원의원 언론인 등 약 8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가졌던 미국 제일주의 위원회는 '고립주의자(Isolationist)'의 대표격이었다.
이들의 출현은 미국 내 고립주의 열풍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당시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미국은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전후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만들어낸 장본인도 미국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역사를 돌이켜볼 때 미국 대선전에서 과거의 고립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사항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케리 상원의원이 "미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은 미국 내 일자리를 크게 줄일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은 고립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환경운동주의자 랄프 네이더는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아마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유엔이나 다른 나라가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8백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인정하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당내 보수주의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 해외 아웃소싱,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불법 이민자 영주권 인정 등 미국 내 일련의 사회적 이슈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가 지나치게 '부정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보호를 위해 멕시코 국경 2천마일에 '높다란 장벽'을 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포기하고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듣기 충분하다.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개입주의(Internationalism)'가 오히려 세계 각국에 정치·경제적 자유를 확보해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자유무역주의가 미국에 해를 입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자유무역 때문에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30년 평균치인 5.6%를 밑돌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안타까운 점은 정치인들 중 아무도 용감하게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관인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저임금 국가의 생산시설과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은 분명 용기있는 발언이었다.
경제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일깨운 행동이다.
세계화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인류의 삶의 질을 한층 높여주었다.
세계화된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업 기회를 제공해왔다.
미국의 국가 경쟁력은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일이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얻고자하는 후보들은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부르짖는 일을 멈춰야 한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merica First Has Seldom Been a Winning Issue'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