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혁신 시대를 열자] 제2부 : (2) '적용 이렇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업들은 대부분 고정된 틀 안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본다.
그래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범위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게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영화관은 영화보는 곳' '서점은 책 파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하지만 가치혁신론에 따르면 전형적인 산업의 범위를 벗어나 제공되는 보완적인 서비스 등이 주된 서비스의 가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영화관람과 유아놀이시설의 관계를 예로 들어 보자.
둘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 영화관람을 포기하는 부부들이 많다.
고객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실적인 제약 요건 때문에 비(非)고객이 돼버리는 것이다.
영화관람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유아놀이시설이 영화관 매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셈이다.
국내에선 CGV가 선보이기까지 아이 돌보기를 영화관람과 연결시켜 생각한 극장 경영자는 거의 없었다.
CGV는 이같은 점을 일찍 파악해 일부 영화관에 유아놀이시설을 설치했고 자녀가 있는 30∼40대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유인할 수 있었다.
CGV처럼 보완적인 제품ㆍ서비스에 감춰진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제품ㆍ서비스 사용 전후, 사용 도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고객 입장에 서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이 질문들을 통해 소비자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면 보완적인 제품ㆍ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CGV의 예를 보자.
유아놀이시설과 주차장은 영화관람 이전,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은 영화관람 도중에 요구되는 사항들이다.
식당 오락실 쇼핑몰 등은 영화관람 전후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CGV는 기존 영화관람에 이같은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극장을 단순한 영화관람 장소가 아닌 환상을 즐기는 놀이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비고객까지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비약적인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책을 파는 장소로 이해돼 왔던 서점도 영화관과 마찬가지로 새롭게 바뀔 수 있다.
미국의 '보더스'나 '반즈앤노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회사는 고객이 서점에서 책을 선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을 가진 직원을 고용했다.
또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팔걸이 의자와 탁자, 소파를 갖췄다.
고객들이 책을 구매하기 이전과 이후 절차를 분석,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이같은 보완적인 서비스로 인해 이들 서점은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장소가 아닌 학습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공간으로 변화됐다.
보더스와 반즈앤노블은 이에 힘입어 창업 6년도 안돼 6백50개이상의 대형 서점을 보유하면서 미국내 최대 규모의 서적 체인들로 급성장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