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시장의 아파트 낙찰가율(낙찰가÷최초 감정가)을 보면 향후 아파트가격 동향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서울지역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과 아파트가격의 움직임은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낙찰가율이 지난달 상승세를 보이자 서울지역 아파트매매가 변동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법원 경매시장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아파트가격의 선행지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매업계에서는 "낙찰가율을 보면 2~3개월 뒤의 집값이 보인다"는 말이 정석으로 통할 정도다. 통상 경매를 통한 내집마련 기간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경매 참가자들은 향후 집값 동향에 대한 나름의 분석과 전망을 가지고 투자하는 만큼 경매시장의 분위기가 시차를 두고 기존 아파트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값 급등 미리 감지됐다 외환위기 이후 하락안정세를 보이던 서울지역 아파트값의 급등세 징후는 3개월 앞서 법원경매시장에서 이미 감지됐다. 2001년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법원경매 낙찰가율이 9월 바닥(80.16%)을 찍은 뒤 수직상승을 보였다. 그해 12월엔 92.07%까지 상승했다. 특히 2002년 1월엔 감정가보다 높게 낙찰(낙찰가율 1백% 이상)되는 사례가 허다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지역 아파트값 상승 랠리는 경매시장에서 상승신호가 감지된지 3개월 뒤부터 시동이 걸렸다. 낙찰가율이 바닥을 찍던 지난 2001년 9월 이후 3개월동안 아파트가격은 꿈쩍도 않다가 그해 12월부터 상승세를 타 향후 2년간의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2002년 12월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집값 급등세가 3개월 전 법원 경매시장에서 미리 감지된 셈이다. ◆낙찰가율은 아파트값 바로미터 지난 2001년 이후 월별 서울지역 낙찰가율은 아파트가격의 선행지수 역할을 해왔다. 짧게는 1개월,길게는 3개월의 시차를 두고 낙찰가율과 아파트값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80%에 머물던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낙찰가율은 11월 90%대로 뛰어올랐다. 이때만 해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다.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린 건 그로부터 1개월 후인 12월부터다. 2002년부터 쏟아진 정부의 각종 부동산안정대책에 먼저 반응한 것도 낙찰가율이다. 투기지역 지정이 핵심내용인 '3·6대책'이 발표되면서 4개월간 낙찰가율이 떨어지자 이어 아파트가격도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또 정부가 투기수요억제를 위해 양도세 실거래자료 강화,재건축절차 강화 등을 담은 '8·9대책'을 내놓자 낙찰가율은 이후 6개월간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어 2003년 1월에는 78%대로 급전직하했다. 아파트 가격도 한달 뒤인 9월부터 급격한 내림세로 돌아서며 11월에는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후 7여개월동안 정부의 융탄폭격에도 법원경매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아파트가격도 완만한 상승세를 타 '10·29대책' 발표 전인 10월 초에는 아파트 경매낙찰가율이 다시 90%대로 급상승하고 강남지역 아파트값도 수천만원씩 급등했다. ◆다시 고개드는 낙찰가율 지난해 '10·29대책'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낙찰가율이 지난달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낙찰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도 3개월간의 마이너스 행진을 접고 0.6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낙찰가율 상승을 계기로 내림세를 보이던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다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지는 미지수다. 이사철 수요가 맞물리면서 실수요자들이 대거 경매시장으로 몰려 낙찰가율이 상승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신건 물건보다는 한두 차례 유찰돼 최저 입찰가격이 내려간 저가 물건에 입찰자가 몰리는 현상이 뚜렷한 만큼 지속적인 아파트가격 상승의 단초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지옥션 조성돈 차장은 "낙찰가율이 계속 상승한다면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계절특수로 발생한 반짝 상승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