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0차 한ㆍ일 재계회의는 양국 재계 대표들이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두 나라 재계 대표들은 한ㆍ일 양국이 'FTA 후진국'이라는 점을 인식, 한ㆍ일 FTA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충분한 공감을 나눴지만 정작 체결에 이르기까지는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 일본은 농ㆍ수산물 분야에 난색 한국측은 부품ㆍ소재 산업의 교역 전면 자유화에 난색을 표시했고 일본측은 농ㆍ수산물 분야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로가 이득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주장했지만 취약한 산업에 대해서는 관세의 점진적 인하와 추가적인 보완장치를 강조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 양국간 FTA가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지만 서로의 취약 부분에 대한 협력방안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특히 한국의 부품ㆍ소재 산업은 50인이하 기업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거나 한국 기업과 합작하는 방법 등으로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측이 '광공업 분야에서 예외 없는 조속한 FTA 체결'을 위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당근'으로 내놓았다는 얘기다. ◆ 일본, "투자에 노조가 걸림돌" 양국 재계는 이와 관련, 일본 부품ㆍ소재산업의 한국 투자유치를 위해 전경련이 올 상반기 일본 현지에서 투자유치 IR(해외기업홍보)를 개최하고 게이단렌이 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또 한국 재계는 정부와 협의, 투자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연구개발 인력을 무상 공급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 부회장은 "부품ㆍ소재 분야 협력을 위해 일본 기업의 투자를 요청하면서 최근 한국의 투자환경이 긍정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지만 일본측 참석자들은 노사문제를 여전히 우려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와다 류코 게이단렌 사무총장도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노사문제"라며 "투자처는 전세계에 널려 있고 투자자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하는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민관 합동 FTA 대책 강구 한편 이날 회의가 열린 신라호텔에서는 한ㆍ일 재계회의와는 별도로 산업자원부, 업종별 단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한 '한ㆍ일 FTA 업종별 민관 대책회의'가 열렸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 기업 및 산업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타격을 받는 산업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를 유보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및 세금감면 등의 지원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