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침대 살균·청소업을 하는 '하이젠' 일산지사장 최윤도씨(47). 전업주부인 아내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가느린 가장이다. 그가 이 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20여년간 해온 재단 일이 벅차다는 것을 느낀 후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의류 디자이너들이 일을 맡기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저녁에 불쑥 찾아와 일감을 던져놓고 가면 밤샘작업을 해야 하는 게 다반사였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약골이었던 최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힘에 부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박의 환상을 가지지 않는다 사표를 낸 뒤 우연히 신문에 난 창업기사가 눈에 띄었다. 침대 소파 이불 카펫 등을 살균·청소해주는 사업이었다. 점포가 필요 없어 창업비용이 적게 든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막상 사표를 냈지만 뭘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많이 배운 것도 없고 수완도 없고 해서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아예 갖지 않았습니다.아내와 함께 본사에 가서 상담하고 곧바로 계약했는데 처음부터 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류업체 고참사원 시절엔 연봉 5천만원을 받았지만 과거 보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2백만∼3백만원 정도 벌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창업비용은 1천3백50만원이 전부였다. 살균 청소에 필요한 장비 한 세트가 사업의 무기였다. ◆실험기간을 반드시 거친다 지난해 11월 말 일산을 무대로 사업을 벌이기로 본사와 계약한 뒤 12월 한 달을 실험기간으로 잡았다.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전초작업이었던 셈이다. 우선 자택에서부터 효과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벽제에 있는 벼룩시장에 가서 3만원을 주고 중고 침대를 구입했습니다.아이한테 줬는데 며칠 지나자 재채기를 하고 눈이 심하게 충혈되더군요.알레르기 때문이었죠.그런데 제 장비로 침대를 말끔히 청소했더니 알레르기가 사라졌어요." 최씨는 이때 사업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처제와 형,친한 이웃집들도 실험무대로 삼았다. 침대 소파 카펫 등에서 수거한 먼지를 실험도구로 분석해 보여주니 다들 놀랐다. 얼핏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데도 진드기가 우글거린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 ◆홍보가 관건이다 서비스가 생소하고 점포가 없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알리느냐가 이 사업의 관건이다. 최씨의 경우 홍보 무대는 크게 세 군데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전철역 입구,대형 병원,할인점 입구 등이 바로 그 곳. 전철역 입구에서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게 아니다. 광고 문구가 가득 적힌 그의 지프를 전철역 입구로 접근하는 길목에 세시간 정도 주차시켜 놓으면 훌륭한 홍보물이 된다. 병원과 할인점 입구에서는 명함 크기로 만든 조그만 홍보물을 돌린다. "한달이 지나면서 하루 2∼3가구씩 꾸준히 주문이 들어오더군요.가구당 15만원 이상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한달에 대략 3백50만원 순익이 떨어지는 셈이죠.사업 특성상 원가가 거의 들지 않아 체력만 뒷받침되면 매출이야 더 올릴 수 있지요." 최씨는 그러나 욕심을 내지 않는다. 건강과 가정,그리고 신앙이 그에겐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종업원을 더 고용하고 일요일까지 뛰어다닐 경우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 수 있지만 약한 몸을 더 해칠 수 있고 서비스 질도 떨어질 우려가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더 손해라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본사 (042)488-7788,www.hyzen.co.kr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