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가 뭉글뭉글 발 밑에서 부서진다. 모래는 매우 곱다. 워낙 고와서 오히려 단단하다. 지프가 들어가도 약간의 자국만 남을 정도다. 모래 뒤에는 널찍한 자갈밭이 펼쳐진다. 자갈은 모양이 제각각이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것에서부터 한아름은 될 만한 커다란 바윗덩이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시인 김소월이 '엄마야 누나야'의 시상을 떠올릴 때 이런 강변에 서 있었을 듯 싶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강변에 서면 노랫말이 절로 흥얼거려진다. 그리고 시인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놀란다. 그 짧은 구절에 어떻게 그 모든 걸 담았을까. 정말 묘사한 딱 그대로다. 임진강변 두지나루.한적한 곳이다. 하지만 경관은 그만이다. 특히 나루터 반대편에 펼쳐진 강변은 여행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바람이 차가워도 좋다. 햇살이 따사로워도 역시 좋다. 모두 그대로 운치 있다. 바람이 약간 불어 잔잔한 물결이 일면 보는 이는 어느새 넋을 빼앗긴다. 아무 생각을 담지 않은,또 아무런 계획도 없는 순간의 쾌감이 다가온다. 도심에서의 스트레스는 머릿결을 파고드는 바람과 함께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두지나루엔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가 원형 그대로 복원돼 운항중이어서 즐거움을 더한다. 임진강 8경을 둘러보는 황포돛배가 진수되면서 지난 5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임진강에 관광객이 드나들게 됐다. 많으면 50명은 너끈히 탈 수 있는 황포돛배는 두지나루를 나서 강물을 따라 40여분을 유람한다. 뱃길이 완전히 정비되면 고랑포나루의 멋진 적벽도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다. 인근 볼거리도 풍부하다. 두지나루에서 서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1968년 1월21일 북한군 김신조 일행이 철책선을 넘었던 침투로가 역사 관광지로 꾸며져 있다. 1·21사태는 실미도 사건의 배경이 됐다. 나루에서 하류로 조금 내려가면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의 능이 있다. 고려 왕건에게 스스로 나라를 바쳤던 경순왕의 능은 신라 1천년 역사에서 유일하게 경주 밖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또 고려말과 조선초에 걸쳐 6조 판서를 모두 역임했던 방촌 황희 선생의 유적지와 율곡 이이의 뜻을 기린 자운서원,신사임당의 묘역 등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파주=글 장유택 기자 -------------------------------------------------------------- [ 여행수첩 ] 두지나루로 가려면 자유로 끝부분에서 연결된 37번 국도를 따라가다 적성을 지난 뒤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면 된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장단면은 예로부터 콩이 유명하다. 그래서 옛날 양반가에서 메주를 만들 때는 장단으로 사람을 보냈단다. 지금도 장단면에는 이곳에서 자란 콩을 이용한 음식을 내놓는 식당들이 있다. 임진강 참게와 황복 역시 이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꼽힌다. 장단가든(031-954-1559)에선 순두부 한 그릇에 5천원,참게매운탕 3만~5만원,참게정장 정식 1인분 1만3천원 정도면 맛볼 수 있다. 국제문화서비스클럽 여행팀(02-399-2698)은 임진각.철책선 관광과 황포돗배 유람 등을 포함한 하루 일정의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출발하며 30명 이상 단체는 평일에도 투어가 가능하다. 1인 3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