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개나리와 더불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한국에서는 4월 초 진해군항제를 시작으로 벚꽃의 화사함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보다 한 발 앞서 벚꽃이 만개,여행길의 흥을 돋워준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 그런 만큼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네 개 큰 섬 중 제일 남쪽에 위치한 규슈지방은 일본에서도 가장 먼저 벚꽃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나가사키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유토쿠 이나리 신사를 지난다. 벚꽃이 어울린 문(門)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인근의 아리타는 조선 도공들의 혼이 배인 아리타 도자기의 본향. 신사의 문은 이 아리타 도자기로 만든 벚꽃 문양과 실제의 화사한 벚꽃이 그림 같은 모습으로 어울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2차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나가사키에서 동쪽으로 1백50km쯤 떨어진 벳푸로 가보자. 벳푸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 특히 상상 속의 지옥을 연상케 하는 8개의 지옥온천으로 잘 알려진 명소다. 곳곳에 피어난 벚꽃에 둘러싸여 온천을 즐기는 맛이 좋기로 손꼽혀 봄나들이객이 많이 몰린다. 구마모토로 내려가면 구마모토 성을 볼 수 있다. 구마모토 성은 일본 3대 성 중 하나. 5천여 그루의 벚나무로 일본 최대를 자랑하는 히로사키 성과 함께 일본 최고의 벚꽃 성으로 꼽힌다.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와 어울려 화사한 빛을 발하는 구마모토 성의 벚꽃은 일본 벚꽃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3월 둘째주부터 피기 시작해 3월 말이면 한꺼번에 진다. 질 때의 모습도 장관이다. 벚꽃이 지는 장면은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데 마치 그 화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구마모토 성은 19세기 말 전쟁으로 거의 소실됐다. 지금의 모습은 1960년대 재건한 것이다. 7년여에 걸쳐 성 안의 천수각 2개,탑 49개,누각 18개,성문 29개,우물 1백20여개 등 어마어마한 규모로 복원되었다. 구마모토 성의 상징은 천수각.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조선을 침략했던 가토 일가의 역사를 전시해 놓고 있다. 벚꽃을 따라 혼슈의 오카야마현으로 넘어가 보자. 현의 오카야마시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일본 3대 정원인 고라쿠엔이 있어 유명한 문화의 도시. 특히 오카야마 성의 벚꽃 풍경이 일품이다. 오카야마 성은 까마귀성으로도 불린다. 바깥 벽을 검은 판자로 둘러 놓아 검게 보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 때 공습으로 많이 손상된 것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고 한다. 벚나무는 다른 성들과 마찬가지로 성채를 중심으로 둘러쳐져 있다. 검은색 벽과 하얀 벚꽃이 조화를 이뤄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오카야마현의 또다른 벚꽃 명소는 쓰야마시의 가쿠잔 공원. 서일본 제일의 벚꽃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가쿠잔 공원은 쓰야마 성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한창 시즌에는 5천여 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피워 그 화사함을 자랑한다. 구라사키시의 엔쓰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엔쓰지는 구라사키시의 언덕 위에 있는 고찰로 유명하다. 벚꽃의 진한 향을 맡으며 바라보는 세토내해의 풍경이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